따뜻한 물과 스틱 하나만으로 할머니 집을 다녀온 것 같았다.
꼬꼬마 시절, 할머니 댁 갔을 때 하얗고 작은 도자기 찻잔에 당신 손수 타 주셨던 그 차.
그 향과 맛이 그리웠지만 잊혀 지내고 산 세월이 참 길었다.
단순하게 달기만 하고 향도 없는 볼품없는 차가 아니다.
깊고도 옅지 않은 쑥내음이 화하게 퍼져올라 금새 코끝을 스쳤던 문지방 밖 칼바람을 무색하게 걷어차버렸다.
어린이였던 나에게 허락된 차는 율무차와 네스퀵, 마일로가 전부였다.
한겨울 밤 빙판길 블랙아이스처럼 꽁꽁 숨겨져 있었던 꼬꼬마 시절 나의 혀를 처음으로 즐겁게 해 줬던 쑥차다.
그동안 어떻게 널 잊고 지냈는지 정말 원통하고 분이 안풀릴 지경이다.
스틱 한 개로는 조금 많이 슴슴한 맛과 향이다.
두어 개, 석개는 넣어 줘야만 달달하고도 약간은 씁쓰무리한 맛이다. 한 모금하면 타임머신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 할머니 방에서 마시는 느낌이랄까...
대단하다. 차 한 잔이 주는 힘, 시공간을 뛰어넘었다.
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쑥향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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